[칼럼] 말 한마디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가슴에 박혀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 한 분이 사업 실패로 큰 집을 팔고 작은 유닛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속사정을 모르던 한 이웃이 말했습니다. “그런 조그만 집은 노인네들이나 사는 곳인데 그런 곳으로 이사를 왜 가세요?”
그 말을 듣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분은 그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무척 어려웠다고 합니다.
또 우리는 살면서 사람들의 외모나 겉의 상태만을 보고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어요?”, “어떻게 교회 집사가 그럴 수 있어요?”,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시면 안 되죠!”, “나를 보고 인사를 안 하다니, 정말 건방진 사람이야” 등의 말들입니다.
사람의 깊은 속사정을 들어보면, 겉으로 보이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비록 악한 행동을 한 사람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게 돼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 깊고 이해하는 관계를 맺고 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대방의 행동이나 내뱉은 말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랬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리 채프먼이 쓴 <사랑의 부부 코칭> 중 시댁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이해가 안 됐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절약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과소비를 나쁜 것이라고 배웠는데, 시어머니는 매주 며느리를 만나면 식사를 사주고 아주 비싼 옷을 사주었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원하는 것은 어머니와 만나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인데 시어머니는 늘 비싼 옷만 사주니, 나중에는 옷장에 새 옷이 넘쳐나고 쓸데없이 쇼핑에 시간과 돈을 너무 들여 낭비하는 것이 불편해 어머님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를 찾게 됐고, 상담사의 도움으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와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새 옷을 사주는 것이 어머니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왜 그렇게 기쁨을 주는지 먼저 물어보면서 일어났습니다. 어머님은 며느리에게 옷을 사주는 것을 아주 큰 기쁨으로 여기고, 10점 중 9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시어머니의 어려웠던 시집살이 경험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시어머니는 너무나 가난해 입을 옷이 없었던 결혼 생활을 하면서, 며느리가 생기면 자신은 예쁜 옷을 사주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며느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심으로 시어머니께 감사하게 됐고, 그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쇼핑이 아닌 그 시간에 어머니와 다른 활동들을 하도록 권장함으로 쇼핑하는 패턴을 바꾸어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 이야기처럼 실제 사람의 깊은 마음과 동기를 알게 되면, 내 판단·생각과는 다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좁은 교민 사회에 살면서 주위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아예 그 사람을 왕따시키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경계할 수 있는 유익이 있지만, 미리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최근 한 동영상에서 한국 한 크리스천이 거리 노숙자들을 부모님께 대하듯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며 안아주고 닦아주고, 작은 것이지만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냄새 나고 가까이 가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고 다가가 안아주는 일은 예수님을 사랑하고 한 사람의 영혼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진정 사랑하려고 마음을 주면 상대방의 진정한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진정 사람을 이해하려면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몸짓을 통해 오해가 아닌 바른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며, 온몸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입니다.
헬렌 켈러 이야기는 좋은 예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헬렌 켈러가 어느 날 할머니의 드레스에서 미친 듯이 단추를 잡아 뜯었습니다. 처음에 엄마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곧 딸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딸아이가 최근 유달리 애착을 보이던 헝겊 인형 때문이었습니다. 단추 두개를 떼어내 인형의 눈으로 달아주자, 헬렌은 비로소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중에는 오늘 우리의 따뜻한 이해와 손길이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