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신세였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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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칼럼] 르네상스(25)-파벌싸움

▲당시 전쟁의 모습.

▲당시 전쟁의 모습.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의 후예들이 하던 일 중 하나가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싸움은 그 기원을 가인과 아벨에서부터 찾아야겠다. 아벨이 하나님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오판한 가인은 한적한 들에서 동생을 쳐 죽였다. 그 이래로 가인의 DNA를 이어받은 후손들은 항상 싸움을 게임처럼 하게 되었다. 개인, 파벌, 국가, 세계로.

역사적으로 조선의 선조는 일본의 침공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1590년 일본에 통신사를 보냈다. 통신사의 정사에 황윤길(서인), 부사에 김성일(동인)을 차출했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보고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1591년 3월에 돌아온 두 사람은 정반대의 보고를 했다. 통신사 황윤길은 필시 병화가 있을 거라 했고, 부사 김성일은 그런 정황은 전혀 없는데 황윤길이 거짓 보고하여 민심이 동요되니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선조는 일본의 권력자 풍신수길의 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황윤길은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력과 지략이 있어 보인다”고, 김성일은 “그의 눈은 쥐와 같아서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된다”고 했다.

그래서 김성일의 말을 듣고 무장해제를 했다가 1년 만인 1592년에 조선은 철저히 궤멸당했고, 북으로 도망친 선조를 모셨던 류성룡은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말아야 한다고 징비록을 썼다. 그러나 일본이 물러가자 또다시 당파싸움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파벌싸움을 국가의 안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정도였음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이런 파벌싸움이 르네상스로 찬란한 문화를 흡기시킨 피렌체에서도 있었다. 그것은 기벨린당과 겔프당의 싸움이었다. 기벨린당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따르는 자들, 겔프당은 로마의 교황을 따르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런 파벌싸움은 도시국가였던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에 존재했고 기회면 되면 일어났기에, 시민들은 징글징글하기만 했다. 걸핏하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또는 프랑스 왕이 군사를 이끌고 넘어왔으니, 이탈리아는 동네북 같은 존재였다. 이런 상황을 로마제국의 영웅 율리우스 시저가 봤다면 혀를 찼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파벌의 기원은 언제부터였을까? 독일의 호엔슈타우펜 가문은 하인리히 5세가 사망하자 바이블링겐성을 물려받았다. 1140년 바인스베르크 공방전 때, 벨프 가문과 벨프 6세의 공격에 맞선 콘라드 3세는 병사들에게 바이블링겐(Wibellingen)이라는 구호를 통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도록 했다. 호엔슈타우펜 왕조의 독일군이 이탈리아를 쳐들어왔을 때 이 구호를 사용했고, 이 구호가 이탈리아어로 기벨리노(Ghibellino)로 불렸고, 13세기에 쓰인 피렌체 연대기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이 용어가 15세기까지 줄곧 사용되었다.

중세 이탈리아는 여러 도시국가 형태로 유지됐다. 그 중에서 그래도 힘깨나 쓸 수 있던 도시국가는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국, 피렌체 공국, 나폴리 공국, 시칠리아 공국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작은 독립체들이 산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해타산에 따라 교황청에, 또는 신성로마제국에, 또는 프랑스에 붙기도 했다. 그래서 위급하다 싶으면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들은 도움을 요청받으면 즉시 군대를 동원하여 이탈리아에 발을 들여놓았다. 기회를 보아 만만한 이탈리아를 삼키려고 말이다.

그래서 여러 도시국가 형태로 나뉜 이탈리아는 동네북 같은 존재였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는 것은 당시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당시는 대포가 발명됐던 시대였기에, 그 무거운 대포를 말을 동원하여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원정은 큰 재원을 필요로 했다.

고로 군대를 요청한 공국은 그 대가를 지급해야 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그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백성의 고혈이 또한 요구됐고… 그러니 인구도 적은 도시국가로서는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미군의 주둔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되었으니, 방위비를 올려 달라고 하지 않는가! 중세시대도 마찬가지였다. 국가 방위를 스스로 할 수 없는 나라의 슬픔이다.

그런 상황에서 파벌싸움으로 힘이 분산됐으니, 진정으로 나라를 염려하는 지식인들은 편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로 어떤 신비한 힘을 빌려 나라를 보존하고 싶어했다. 그런 연유로 점성술과 연금술에 심취했고, 신이 되려는 다양한 발상들을 모색하게 됐다. 똘똘 뭉쳐도 어려운데, 힘도 없는 나라가 왜 파벌싸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일까? 이런 파벌싸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로마한인교회 한평우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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