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었습니다.
퇴근하려고 주차장에 들어가는데 휘익 하고 낙엽들이 난무했습니다.
웬 낙엽이?
보니 왼쪽 벽면 셔터 사이로, 낙엽이 심한 바람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서 이리저리 흩어지고 모여지고 쓸려 다니고 있었습니다.
보니 바싹 말라, 잎조차 조그매진 낙엽의 무리였습니다.
보다 더 큰 것도 있고.
순간, 주차장 바닥을 휩쓸고 있는 그 낙엽의 모습이 싫지 않았습니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 저 낙엽을 다 쓸어버리겠지.
내일은 눈앞의 낙엽을, 바닥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차장을 나오면서, 늦은 시간인데도, 방향지시등으로 안내해주시는 관리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혹시 몰라,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주차장 바닥의 낙엽을 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목사인 저를 잘 아시는, 삼십 년 넘게 세월을 같이 한 분이셨습니다.
금방 무슨 뜻인지 아셨다는 듯, “예, 그러겠습니다.”
사택으로 돌아오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그 낙엽이 더 오그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까?
몇 시간 후, 새벽기도회로 인해 주차하며 낙엽들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제 마음을 충분히 아시는 분이시라, 낙엽을 치우시지는 않으셨을 텐데,
눈여겨 찾아야 했습니다.
다 없어진 것은 아니고, 이리저리 흘러 가장자리에, 또 차 밑에 있었을 것입니다.
몇 잎들은 오그라들어 더 조그매져 아주 작은 낙엽이 돼 있었습니다.
며칠을 눈여겨보니, 조금씩 조금씩 소멸되었습니다. 삶처럼, 눈물처럼, 마음처럼.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