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보수주의 가치를 거부하는 가짜 보수주의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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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보수주의자가 생각하는 가정은

가정은 짐승들과 달리 자연권이 이루어 놓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랑을 기초한 공동체로 서로에게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인격공동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 의식을 통해 사회가 인정하는 가정을 이루고, 부부는 서로에 대한 성적 정절을 지킨다. 가정은 자녀를 낳을 뿐 아니라,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양육하는 곳이다. 자녀들을 보호하는 견고하고 중요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 이와 달리 짐승들은 번식 집단이라고 부르지 인격공동체라고 하지 않는다. 가정은 실정법으로 정해 놓기 이전부터 자연권과 전통에 기초하여 존재했다. 실제로 자연권에 기초한 인권의 개념을 규정해 놓은 세계인권선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혼인은 한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가정을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 ①성인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따른 어떠한 제한도 없이 혼인하고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진다. 그들은 혼인에 대하여, 혼인 기간 그리고 혼인 해소 시에 동등한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②혼인은 장래 배우자들의 자유롭고 완전한 동의 하에서만 성립된다. ③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 36조 ①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등록동거제가 뭔지나 알고 주장하는 건지

최근 보수 정당의 대표까지 지낸 나경원 의원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보수주의 경계를 넘어서는 설익고 위험한 제도를 도입할 때라고 주장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는 저출산위원회를 이끌기도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타락한 인간들이 성적 탐욕과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등록동거혼’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계약 결혼’ 도입을 주장했다. 인간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동물 번식시키듯이 하려는 것 같다.

나 의원이 주장한 프랑스의 등록동거혼(팍스, PACS) 제도가 출산 장려의 방법으로 도입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드러난 결과는 프랑스 전통 가정의 붕괴를 가속 시킨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동거 커플의 결합과 해소(解消) 과정 속에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여러 명의 아빠와 엄마가 생기고 있다. 아이들의 인권이 위협당하고 있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1999년 프랑스에서 등록동거혼 제도 도입 후 비혼 출산율이 점차 증가하여 2022년에는 비혼 출산 비율이 65.2%에 이르렀다. 출산율은 오히려 2010년 2.03명에서 2022년 1.79명까지 하락했다. 2011년 PACS를 맺은 당사자들이 자녀를 갖는 비율도 정상 혼인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18-39세 PACS 당사자들의 46%가 자녀가 없는 반면, 혼인 부부는 15%만 자녀가 없으며 85%는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현재 프랑스에서 출산을 이끄는 그룹은 가정을 중요시하는 무슬림 이민자들과 정상 혼인한 가정들이다. 결국 프랑스 등록동거제는 출산 증가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고, 정상 가정을 도태시키고 동성혼을 허용하는 발판으로 이용되는 결과만 낳았다.

이 나라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보수주의에 대한 무개념과 해체주의적 정책 제안에 혀를 차고 말았다. 신성한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일을 마치 비정규직 계약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보수주의의 당당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야당의 위험한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단지 친북 진보 진영의 이념과 정책에 동의할 수 없어 마지못해 표를 주고 있는, 속 타는 보수주의 지지층에 의지해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현 보수 정당의 통렬한 반성과 정체성 회복을 요구한다

보수주의자는 자연권에 기초한 전통과 사회 질서와 생명 존중 사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사회 질서와 윤리의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며, 동시에 권리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보수주의자는 실정법이 인격공동체인 가정과 인간의 인격과 품위를 손상하려고 할 때 단호하게 저항한다.

남녀가 만나 만들어가는 가정은 사랑과 신뢰를 기초한 인격공동체이지, 소위 등록동거제(계약결혼)와 같은 계약공동체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소중한 가정의 가치를 개인의 성적 욕망에 따라 계약하고 파기하는 수준으로 추락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기존의 사회 질서와 윤리를 파괴하는 해체주의적인 제도는 언뜻 신기하고 새로워 보이지만 독이 든 사과에 불과하다. 해체주의 사조에 무너지고 있는 나라의 제도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전통과 가치를 해체하려는 공격에 당당히 맞서 싸운다.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 가짜 보수주의자와 죽은 보수주의자는 보수주의 가치를 외면하고 시류에 몸을 담고 떠내려가는 존재다. 물에 떠내려 가는 죽은 물고기일 뿐이다. 죽은 물고기는 부패한 악취를 피울 뿐 아니라 주변을 오염시킨다.

국가가 가정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우리의 후손들이 친부·친모 아래서 건강하게 자라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고, 국가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신중하지 못한 반보수주의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들과 정당은 범종교계와 보수 지지층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보수주의 전통과 사회 상규에 벗어난 위험한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역량이 여의도 의사당에 들어갔다고 저절로 갖춰진 것이 아니다. 다선(多選)을 했다고 성숙한 보수주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채워가야 한다. 보수 정당답게 보수주의에 대한 확고한 개념과 철학을 갖도록 학습하고 논리를 견고히 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찐보수주의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아야 한다. 보수주의에 대한 일관된 진정성과 통합성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런 정치인을 인테그리티(Integrity)를 갖춘 정치인이라고 부른다.

자연권에 근거한 전통과 사회질서를 해치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 시류에 편승하여 전통과 사회 상규를 위협하는 정치인은 보수주의 정치인이 아니다. 성정치(性政治)에 물든 가짜 보수주의자다. 보수주의 정당에 몸을 담그고 기생하는 반보수주의 세력일 뿐이다. 반보수주의 사고에 빠져 있거나 오염된 의원들의 공개 사과와 함께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을 지지해 준 지지자들에게 보수 정당의 가치를 바로 지켜가겠다는 다짐을 표명해야 한다. 현 보수 정당의 통렬한 반성과 정체성 회복을 요구한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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