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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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각하며 삽시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뉴스, SNS, 다양한 프로그램을 듣고 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였으나, 이제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모습이며, 조금씩 나도 영향을 받았는지 약간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너무 쉽게 정보를 얻고 타인과 소통하는 편리한 도구인 스마트폰이,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에 이르게 하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며,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거대 회사들의 전략가들에 의해 일반 대중들은 생각없이 살아가게 된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틀렸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하며, 끊임없는 흥미와 가상세계 속에 홀린 듯 끌려다니며 살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현대인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 가운데 생각없이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과 다수의 성인들이 노예처럼 끊임없는 정보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고 싶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명작을 쓴 스캇 펙은 말년에 쓴 책에서 현대인들의 주요한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가 되는 것은, 어느 날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로 기독교 방송에서 나오는 목사님의 설교와 찬양을 듣고, 아이들 도시락을 챙겨 주고, 집 청소를 좀 한 다음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하고, 중간중간 상담이나 수퍼비전을 하고, 저녁이 되자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남편과 운동을 하고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다. 잠자리에 누우려고 하자 하루종일 열심히 살았지만 깊은 생각이나 사색, 사고가 거의 전무했음을 알게 됐다.

매주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있지만 막상 내 안에서 나의 것으로 깊은 사고로부터 나온 생각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무감에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처럼 살고 있음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나는 과연 나의 것이 있는가?’ 질문을 하면, 어떤 사람은 ‘나만의 생각이 왜 필요해?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면서 살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쩌면 일상에 주어진 작은 스트레스들을 처리하느라 더 깊은 생각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하루에도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이 우리 생각을 끌고 가 버려 독립적 사고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이 큰 세력으로부터 조종당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하는, 창조자로부터 부여받은 ‘생각’을 통해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귀한 능력을 상실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심리 상담에서는 때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가끔 “선생님, 선생님은 생각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요. 좀 멈추어 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건강하지 못한 분들이 왜곡된 생각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것이 정신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불안을 많이 느끼고 잠도 자지 못하는 신경 질환을 실제로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을 권하진 않는다. 생각을 하되 건강한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되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되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을 하되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것이 심리 상담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대중들이 자신만의 생각 없이 뉴스가 보여주는 대로, 때로는 그 시대 큰 흐름의 사조가 말하는 대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대로 순응하며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조직체 안에 들어가 그 일원으로 잘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조직의 타락한 부분이나 건강하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거대 담론이 내 생각을 다스리게 된다는 말이고, 그것에 익숙해진 인간은 때로 비도덕적이고 옳지 않은 결정조차 따라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오래 전에는 1년씩 유행이 돌아왔는데, 언제부터인가 계절마다 유행이 돌아오니 사람들이 계절마다 유행을 타곤했다.

많은 수익이 목적인 회사들은 매월 유행 아이템을 설정하고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더 많이 사라는 광고에 쉽게 속아 매주 매달 새로운 물건들을 사고 있다. 집으로 배달되는 온라인 상품들 개수를 세어보면 쉽게 알 것이다.

지금도 전쟁과 기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한쪽에서는 남는 물건들을 소각장에서 태워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쓰레기 섬들은 점점 더 높이를 더해간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즐거이 가담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세상에 끌려가는 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칼로 무를 자르듯 쉽게 이해되는 인생은 많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는 닮은 듯 하나 모두 다르다. 그런 사람들 모두의 삶을 함께 아우르며 세상을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더 많은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를 건강하게 지켜 나가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그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을까? 단순히 내 성향 그룹들의 지향을 생각없이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이기심 또는 교육 배경이 특정 결정을 내리는 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진 않은가? 이런 질문을 더 깊이 해볼 필요가 있다.

큰 결정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미칠 수 있기에, 좀 더 윤리적이고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나은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며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 조금은 여유를 갖기 위해 스마트폰과 분주한 삶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좋은 책을 읽고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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