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교단, 평강제일교회 이탈측 ‘사이비’ 규정… 그 이유와 의미는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총회장 김규완 목사, 평강제일교회의 소속 교단이며 예장 합동과는 다름. -편집자 주)는 지난 12월 10일자로 “평강 이탈측(대표 이승현)에 대한 사이비단체 규정 공고”를 교계 신문에 발표했다. 결정사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총회는 평강 이탈측과 대표자 이승현 씨에 대해 성경의 진리와 장로교 신조 및 본 교단의 헌법을 위반한 사이비단체로 규정하고, 소속 지교회 성도나 교역자들이 이들의 모임에 참여하거나 동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들은 더 이상 본 교단 소속 교인이 아님을 공포하는 바이다”라는 내용이다.

합동교단은 지난 제109회 총회에서 서울남노회가 올린 헌의안(사이비단체 규정의 건)을 받고, 7인의 조사처리위원회(위원장 성여호수아)를 구성해 조사한 후 총회장과 서기 명의로 이를 공포한 것이다. 합동교단이 평강 이탈측을 ‘사이비단체’로 규정하기에 이른 것은 크게 여섯 가지 혐의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규정 공고문의 근거 내용을 보면, 가장 주된 사유는 장로교 헌법이나 정치체제를 무시하고 대표 이승현 씨의 단독으로 목사·장로 임직이나 성례 등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항목의 ‘불법 목사 안수 및 교육 전도사 임명’ 사항을 보면, 평강 이탈측은 지난 2024년 7월 14일 목사 임직식과 교육전도사 임명식을 거행했는데 그 주도자들이 전원 합동교단에서 목사 면직된 이들이었고, 이들이 임직식 주체로 내세운 ‘서울남노회’는 합동교단 소속 노회가 아니라 평강 이탈측 목사들이 참칭한 불법 노회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목사를 세우는 과정’이 불법으로 점철된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11월 5일 있었던 ‘고인에 대한 명예장로 추서’ 행위는 정상적인 기독교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명백한 사이비단체 규정 근거가 된다고 합동교단 측은 봤다.

합동교단 측은 평강 이탈측에서 이런 사이비적 행태가 가능한 것은 대표자인 이승현 씨를 “자신들을 천국으로 인도해줄 시대의 사명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공고문 중 3번 항목으로 적시한 내용이 “이승현 씨의 영적 후계자설”이다. 평강 이탈측의 다수 성도들의 SNS에서 이승현 씨를 ‘모세-여호수아’처럼 박윤식 원로목사의 사명을 전수받은 자이고 하나님의 영이 임한 후계자로 추종하고 있기에 정상적인 기독교의 진리와 헌법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합동교단은 그래서 이들이 목사·장로 임직뿐 아니라 세례와 헌금마저도 임의로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이승현 씨의 소위 ‘예수 재수론’을 들고 있다. 이승현 씨는 2021년 11월 28일 뉴욕에서 구속사 세미나를 진행하던 도중 “야, 걱정하지 마. 재수하면 어때? 다시 합격하면 되지. 야, 예수님도 재수했어.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셔 가지고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온다고 그랬잖아요? 예수님도 재수하는 마당에 인간이 재수하는 게 어때요?”라는 발언을 했다. 합동교단 측은 이 발언이 통일교의 초림 실패론과 맥락을 같이한다며, 이에 대해 이 씨는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거나 해명한 바도 없다고 했다.

끝으로 합동교단은 이탈측이 교단 설립자인 휘선 박윤식 목사의 구속사 시리즈를 불법으로 발간한 것에 대해서도 사이비 근거로 판단했다. 즉 구속사 시리즈의 모든 출판 권한과 유고(遺稿)는 사단법인 구속사운동센터에 위임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비매품’ 형태로 발행한 것은 그야말로 ‘짝퉁 책자 발간 행위’라는 것이다.

합동교단은 그러면서 “진리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이비적 행위에 한국 교계가 미혹되는 일이 없도록 힘쓰고자 한다”고 했다. 나아가 “평강 이탈측의 이승현 씨는 장로교의 뿌리인 종교개혁자들의 신앙과 개신교의 전통 교리와 교회 질서를 현저하게 위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단 사이비단체의 교주처럼 목사나 장로를 개인의 권위에 의존하여 임의로 임명하는 것은 심각한 불법이며 성경을 모욕하는 사이비적 행위”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러한 합동교단의 사이비단체 규정과 공고에 맞서, 이탈측도 지난 12월 16일자로 “평강제일교회의 회복을 소망하며 기도하는 성도들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교계 신문에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내용 첫 번째 항목에서 ‘고인에 대한 명예장로 추서’에 대해 “(고인은) 지난 29년간 교통봉사팀과 근조팀으로 헌신하다 하나님의 품에 안겼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교회 상황으로 장로로 임직을 받지 못했고, 이를 가족들이 너무도 안타까워하셔서 논의 끝에 절차를 밟아서 고인을 명예장로로 추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합동교단측은 이에 대해 “오히려 사이비단체 규정의 근거를 확증해 주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며 “열심히 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소천받은 사람을 사후에 장로로 임직한다는 것은 성경적으로 절대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합동교단이 평강 이탈측을 ‘사이비단체’로 규정함으로써 평강제일교회의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통상 이단과 사이비로 규정된 곳에 계속 참여하고 활동하면 제명출교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교회 내부의 분쟁이었다면, 이번 교단의 규정과 공고에 따르면 이제 평강 이탈측은 평강제일교회나 합동교단과 관련 없는 사이비단체로 전락하게 됐다. 또한 이탈측 대표 이승현 씨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향후 이탈측의 행보와 분쟁의 추이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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