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 연도와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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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성탄절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길을 가는 모습.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은 벌써 보이지 않는다. ⓒ픽사베이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길을 가는 모습.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은 벌써 보이지 않는다. ⓒ픽사베이

12월이 되면 신(信)·불신(不信)을 막론하고 ‘성탄(聖誕, Merry Christmas)’의 축제 기간이 시작된다. 교회마다 성탄목(tree)과 반짝등이 장식되고 ‘징글벨’과 함께 성탄 축하송이 넘쳐났었다. 그러나 요즘엔 그런 것이 사라졌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Christmas’보다 ‘Holiday’란 말이 많이 쓰인다.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연도에 대해 알아보겠다.

예수님의 탄생 연도는 A.D. 1년이 아니다. A.D. 525년 당시 교황 요한 1세가 수도승인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에게 서방 교회가 사용할 달력을 만들도록 명했다. 그는 로마가 원력 AUC 754년을 A.D. 1년으로 삼았고, 이를 예수님의 탄생 연도로 잡은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잘못된 것이다.

①예수님 탄생 시 2세 미만 유아를 죽이도록(마2:13-18) 명령한 헤롯이 죽은 해가 로마기원력(AUC)으로 759년으로 기록돼 있는데, 예수님이 AUC 754년에 태어났다면 헤롯이 죽은 지 4년이나 지나서 태어났다는 오류가 생긴다. 예수님이 태어난 시기는 헤롯이 죽기 전이기 때문에, 최소한 B.C. 4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②누가복음 2장 1절에 의하면 요셉과 마리아는 가이사 아구스도의 명에 따라 호적하라는 명을 받았다고 한다(눅 2:1-7). 이는 수리아 총독인 구레뇨(Quirinius) 대에 행했다고 하는데, 수리아 총독 명단에 이런 이름은 없다. 다만 이 이름을 가진 자는 B.C. 12-6년까지 로마 원로원이 남부 터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임명한 특사였다는 기록만 있다.

③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찾아 왔다는 기록(마 2:1-9)으로 당시에 나타난 별들의 특이한 현상을 추적해 본다. A.D. 1606년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B.C 7년 5-6월, 9-10월, 그리고 12월에 토성과 목성이 일직선으로 나타났다고 계산했고, 이 별이 동방박사들이 본 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 문헌에도 B.C 6년 큰 별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예수님의 탄생 연도는 B.C. 7년에서 4년 사이일 것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대개 B.C. 5년이라고 합의하고 있다.

연도를 따져보는 것은 예수님의 지상 탄생이 분명한 역사적 사건(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신화나 전설이 아니라, 구약 곳곳에서 예언된 그대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 우리에게 성육신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동방박사의 방문(마 2:1-23)에 대해 알아보자. 윌리엄 바클레이(W. Barclay) 목사의 저서 <마가복음 주석(the Gospel of Mark, 1956)>에 보면 동방박사에 대한 전설이 나온다. 동방박사가 3명이라는 말씀은 성경에 없다. 성경은 다만 3개의 선물만 언급돼 있기에, 3명으로 추정할 뿐이다.

전설에는 4명의 동방박사를 소개한다. 예수님을 친히 방문한 박사들은 캐스파(Caspar), 멜키오르(Melchior), 발타사르(Balthasa), 네 번째는 알타반(Arthaban)이었다. 이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은 사파이어, 루비, 진주를 가지고 앞의 세 박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 병든 여행자가 노상에서 신음하는 것을 보고 그를 치료하고 도와주다 시간이 늦어져, 걸어서는 그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파이어를 팔아 낙타를 샀다. 낙타를 타고 급히 가봤지만, 앞의 세 박사는 이미 떠난 뒤였다.

그래서 혼자 예수님이 태어났다는 베들레헴을 찾아갔지만 먼저 온 세 박사는 이미 예수님을 경배하고 떠난 뒤였으며, 헤롯이 2세 이하의 유아들을 모두 죽이라 했기에 여기저기서 유아 학살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의 엄마가 알타반을 발견하고 자기 아이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여 그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막 헤롯 부하 군인이 아이를 죽이려고 칼을 치켜들고 있었다. 알타반은 급히 그를 막아서서, 예수님께 드리려던 진주를 주면서 아이를 살려 달라고 간청했다. 그 군인은 진주를 챙기고 급히 그 집을 떠났다.

알타반에게는 33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봄날 알타반은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처형된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그날 급히 골고다 언덕으로 달려갔다. 어린 예수님을 못 만났으니, 이제 죽어가는 예수님이라도 만나보고 남은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는 도중 한 소녀가 군인에게 잡혀가면서 알타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사연을 듣고 보니 병든 아버지가 빚을 갚지 못해, 어린 딸이 대신 노예로 끌려가고 있었다. 알타반에게는 이제 루비 하나만 남아 있었다. 33년간을 기다리며 그 루비를 예수님께 드리려던 순간, 또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타반은 그 루비를 소녀에게 주어 아버지 빚을 탕감하는 데 쓰도록 했다. 이후 알타반이 떨어지는 기왓장에 맞아 실신하고 있을 때 “네가 지극히 작은 자에게 준 것이 곧 나에게 준 것이다. 고맙다, 알타반”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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