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종교의 한계 분명히 하면서 심적 진실 표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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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9] 정순량 시조시인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현승 님의 가을

-정순량 신앙 시조집 <일어나 빛을 발하라 큰 빛살로 펴져라>(1996, 신아출판사)에서

김현승 님의 가을

​가을빛 사랑하던
老詩人(노시인)의 詩句(시구) 같은

​갈색 플라타너스 잎
마지막 가을 기도

​지그시
눈 감으시고
턱 고이신 그 모습.

​커피 향을 음미하며
시를 짓던 老詩人은

​절대고독 그 어디쯤
영원의 한 자락 덮고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이 가을을 즐기실까.

소천(小天) 정순량(鄭舜亮) 시인은 장로요 시조시인이다.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편지>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1976), 전주 우석대 화학과 교수를 지낸 과학자요 장로였다.

이기반(李基班) 시인(전주대 교수)은 <시로 읽는 성서, 그 속의 기독교 신앙>이라는 작품 해석을 통해 “무릇 참다운 시는 그 가운데 기독교적인 것을 지니며 또 모든 참된 기독교는 일종의 시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는 프레데릭 로버트슨의 말을 인용하면서 “종교는 시요, 시는 종교에 이르는 도중의 집”이라 했다.

이기반 시인은 정순량 시인이 이에 부합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시인이라 했다. “정순량의 신앙 시조에서는 한결같이 문학(시)과 종교의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심적 진실을 표상화하는 데 힘쓴 자국이 나타나 보인다”며 정순량 시인의 탁월한 시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정순량 박사는 신앙적으로나 문학과 학문적으로도 필자가 늘 존경하는 장로님이요 문인이요 학자이기도 하다.

정순량 교수 칠순기념문집《한 살이도 물 같아야》 축하의 글(조덕영)

​창조의 등성이를 오르는

​우리 삶이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의 등성이를 오르는 과정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언덕을 향해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숨이 차서 주저앉기도 하고 그러다가 주위도 돌아보고 하늘과 산 아래 각양각색 생명체들과 주변 환경이 만들어내는 교묘한 합창과 수채화에 새삼 감탄도 하고 그러다가 정상 꼭대기가 다가옵니다.

살면서 사람들은 그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학문과 영성은 그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소양을 모두 소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문학과 예술적 감수성과 신앙의 영성까지 함께 소유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정순량 박사님은 다른 사람들이 한 가지도 가지기 쉽지 않은 이 다양한 달란트를 선물 받으신 분입니다.

꽃과 새와 동물들과 해와 달과 물과 바다와 산과 하늘과 계절과 바람과 여행과 천국과 삶과 고통과 시련과 죽음과 병상과 기쁨과 행복과 즐거움과 고향과 부모와 자녀와 가정과 친구와 학문과 문학과 흘러가는 구름과 스쳐가는 삶의 모든 몸짓들과 심지어 DNA와 정치판까지 모두 정 박사님의 시의 대상들이었으니 그 정감(情感)의 폭과 포용성에 어찌 찬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김준곤 목사님께서 신앙의 첨단과학자들이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책을 공동 집필하여 냈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3대 사건 중에 하나였다고 과찬, 극찬해 주셨던 『자연과학』 도서의 증보판 출판을 위한 책임실무위원장이 되셔서 저와 함께 봉사하실 때에 정 박사님을 좀더 가까이서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당시 1990년대 중반은 정 박사님께서 신앙과 학문과 문학에 있어 가장 왕성히 활동하시던 분주하기 이를데없는 시절이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시간을 쪼개 봉사하시는 모습에 늘 감동하였습니다. 그때 새삼 정 박사님의 열심과 따스함과 온유함과 영성과 학문과 지성 모두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정순량 박사님!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브라함처럼 앞으로도 늘 복되고 건승하십시요!

​조덕영 목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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