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늘 흐르는 강이고, 부는 바람입니다.
머물러 있지 않고, 어디론가 흘러가며, 어디론가 불어 스쳐 갑니다.
흐른 곳에 흔적도 있고, 스쳐 간 곳에 이러저러한 풍경들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흔적을 품고, 그 바람의 스침을 겪고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나무와, 흐드러져 피어 있는 꽃들의 무리.
웅크리고 있는 바위와, 밟히고 밟혀 비록 부스러져도, 무엇인가를 덮고 있는 나뭇잎들.
아직도 살아가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고, 그래도 또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흘러간 강의 물맛과 느낌과 시원함과 시려움을 이야기할 것이며,
부는 바람의 간드러짐과, 숨 막히는 휘몰아침, 그리고 그것이 이룬 선들함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삶의 승자는 남아 있는 자입니다.
남아 있는 자는 견딘 자입니다.
견딘 자는 참아온 자가 아니라, 기뻐하고 즐거워한 자입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전할 것이 있고, 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시려워도 무더워도 지루해도 간지러워도,
“괜찮아” 하고 의연히 그 자리 지킨 자들입니다.
역사란 견딘 자들의 함성이고, 고백이고, 슬프고 기쁜 중얼거림입니다.
2024년이 지나는 이 자리.
2024년이 다 가는 마지막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이들.
2024년이 다 가는 날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이어서 2025년을 맞이하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이들.
이들은 위대한 자들이며,
그 위대한 꿈을 꾸는 자들이 이루는 삶의 현실 장면은, 실현된 세상 속의 천국입니다.
2024년, 감사와 평안으로 매듭합니다.
그리워하며 지내다, 그리움 안고 갈 것입니다.
어느 날 물이 흘러 만나듯, 우리는 또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그곳이 천국입니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