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는 의식이자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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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시를 통한 새해의 다짐

▲2025년 1월 1일 새해 제주 성산일출봉 일출 모습. ⓒ크투 DB

▲2025년 1월 1일 새해 제주 성산일출봉 일출 모습. ⓒ크투 DB

2024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과 2025년 1월 1일 새벽 0시 1분 사이엔 1분(60초)의 간격이 있을 것이다. 대개 교회에서는 이 시각에 맞춰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배를 진행하고, 서울시내 보신각에서는 30여 번의 제야의 종을 친다.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요, 예배다.

이런 행사를 종교기관의 예배(미사/예불)로만 경험할 게 아니라, 시인들이 느끼고 규정하는 새해 새 아침의 모습도 알아보도록 하자. 기독교에서는 이런 신년 시를 교독한다.

① “주께서 옛적에 땅의 기초를 놓으셨사오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우신 바니이다 천지는 없어지려니와 주는 영존하시겠고 그것들은 다 옷같이 낡으리니 의복같이 바꾸시면 바뀌려니와 주는 한결같으시고 주의 연대는 무궁하리이다(시 102:25-27)”.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다(사 43:18-19)”.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2-24)”.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느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②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라//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새해/ 피천득)”.

③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얼까/ 오십하고도 다섯 해를/ 더 살았으면서도/ 인생의 뜻 아직 몰라/ 이따금 흔들리는 내게/ 저 동장군의 위세 속/ 나목(裸木)이 말없이 말하네// 산다는 것/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나/ 한 몇백 년 살다 보니/ 이제 나는 좀 알 것 같애/ 산다는 건 그저/ 중심 하나 우뚝 세우는 것// 겉으로는 발가벗었어도/ 안으로는 얼마든지 의연한/ 뿌리 깊어 곧은 마음 하나/ 목숨처럼 지켜 가는 것// 그 마음으로 생명이나 사랑 하나/ 짓는 것 아니겠어(새해, 나목의 말/ 정연복).”

④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희망에게/ 이해인)”.

⑤ “새해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짓는 사람은/ 그 집에 살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 물건을 두고두고 쓸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잘 해 보려는 사람은/ 그 일을 통해 사람도 좋아지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어도 이 밥을 기르고 지어낸 사람들을 생각하고// 옷을 입고 차를 타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것을 생산하고 땀 흘린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우리 사회와 역사와 인류를 생각하되/ 사람을 중심에 두는 운동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일도 밥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입니다/ 박노해)”.

희망찬 사랑은 그 자신이 희망이고,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이 희망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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