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생길 때, 이를 실제로 표현하기 전 생각해야 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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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건강한 분노 표현 방법

▲ⓒFlickr/Michael Bentley
▲ⓒFlickr/Michael Bentley

1. 중요성
2. 정당성
3. 변화
4. 가치

똑똑하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일수록, 엄마들이 더 많은 일을 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일을 시키다 보니 그 일이 당연한 듯 되어 힘들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쪽 같은 내 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코너가 가끔 나옵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아이들은 억압된 분노가 많이 있습니다.

필자의 넷째 아이도 그랬습니다. 늘 집 청소도 잘하고 엄마·아빠의 부탁에 짜증을 내지 않고 잘 하고 있어,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속으로는 많이 억울해하며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표현하는 아이나 표현하지 않는 아이 모두 잘 살펴야 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화를 겉으로 잘 드러내 ‘저 사람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이야’라고 쉽게 알아차리는데, 화를 누르고 억압하는 사람은 속으로만 힘들어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화를 내는 사람이든 참는 사람이든 ‘화’를 가지고 살면 정신건강에 아주 해롭습니다. 지속적으로 분노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심장 혈관계가 망가지고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각종 암과 감염 등의 질환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잘못된 위안 수단인 음주, 흡연, 과식 등의 습관을 갖게 돼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분노가 일어나면 몸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지방이 많이 분비되며, 그 지방이 콜레스테롤로 전환되고 혈소판을 더 응고시켜 심장 질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분노를 느꼈다면 무조건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잘 해석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감정들은 고유한 기능이 있기에, 그 기능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정을 억압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한 번쯤 섭섭한 마음을 강하게 풀어내는 것은, 감정을 표현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의미에서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밥주걱 따위로 푹신한 것을 때려보게도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분노를 풀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일단 분노가 느껴지면, 어떤 행동을 취하라는 신호인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에서 화가 난다면, 화를 내는 것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차에 치려는 상황이라면 소리를 질러야겠죠. 그런데 그것이 습관적으로 과민 반응하며 화를 내는 것인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좌절로 인한 분노인지, 상실로 인한 분노인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책 <마음>에서는 분노를 다루기 위해, 화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레드포드 윌리엄스 교수는 분노를 다루는 법을 네 가지 측면을 생각하면서 설명하는데, 그것을 살펴봅시다.

먼저는 ‘중요성’을 생각합니다. ‘이것이 나에 중요한 일인가’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한 선생님이 제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 고 했던 말씀은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표현이었습니다. 1주일이나 한 달 후 이 일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화가 날 만한 일인지 생각해 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일은 중요한 게 아니야. 사소한 거야’라고 말하며 그냥 흘려보내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정당성’ 문제입니다. 때로 화가 날 수 있는데, 다른 데서 화가 났는데 엉뚱한 곳에서 풀어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해야 합니다. ‘내 분노와 생각과 느낌이 이 상황에 적절한가? 너무 과하거나 너무 억압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 비슷한 일을 경험한다면 나와 같은 기분을 경험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분노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변화’의 문제입니다. ‘지금 상황이 바꿀 수 있는가?’ 또는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것입니다. 만약 바꿀 수 없다면 현 상황을 수용하도록 생각을 바꾸고, 감정을 편안하게 도와주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가치’를 생각합니다. 내 분노가 정당하다면, 구체적 행동을 취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정도 가치가 없다면, 화가 나는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분노의 정당성으로 법적 조치를 취했을 때 내가 가진 많은 부분을 잃는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레드포드 윌리엄스 교수는 이 4가지를 질문했을 때 하나라도 ‘아니오’ 라는 답이 나오면, 자신의 반응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를 낼 만한 일이 아니고 중요한 일도 아니고 가치가 없는 일이기에, 분노를 수정하라는 것입니다. 긴장 이완이나 복식호흡 또는 관심을 다른 데 둬서 행동을 취하지 않고 마음을 정리하라고 조언합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산책이나 기도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4가지 영역 모두에서 ‘그렇다’가 나왔다면, 행동을 취하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공격적 행동이 아닌, 자신의 의사를 잘 주장하는 ‘자기 주장(assertiveness)’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그것에 대한 감정과 요구사항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9가지 공로를 한 번의 분노로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화를 내면 상대도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분노가 아닌 주장을 잘 표현함으로써, 정당한 분노를 잘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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