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뽑은 시인’의 ‘가을 잡념(雜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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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11] 양채영 시인

▲양채영 시인.

▲양채영 시인.

가을 잡념(雜念)

​마지막 말매미가 울고 있다.
고추잠자리를 데리고
심방 온 여집사(女執事)의
흰테 안경 너머
흔들리는 바람이 보인다.
찬송가를 부를 때마다
마른 구름 하나
시편(詩篇)에서 보았던가.

​2

​검사장(檢事長)님댁 뜰에
단풍잎이 물들고 있다.
바다쪽 난간에
연습비행기의 폭음소리가
이 산읍(山邑)의 가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잠깐
아픈 타관(他關)의 하늘이
엿보여
낯 붉히는 동안
더운 여름에 보이던
풀벌레 이름들 몇이
보이질 않는다.

​-양채영 제2시집 <善·그 눈>(시문학사, 1977)에서, 괄호 한자는 원문

양채영(1935-2018, 제33회 한국문학상)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문경새재 넘어 중원 땅 충주에서 평생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필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2004년 ‘제3회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을 수상한 시인들이 뽑은 참 시인이었으며 지금도 왕성하게 부산 기독문단에서 활약 중이신 유명 원로시인 양왕용 장로(1943- , 부산대 명예교수)의 숙항(叔行)이기도 하다.​

충주는 초기 선교사들의 지역 선교 정책에 따라 백운산 등 산악을 중심으로 원주-충주-제천이 지금도 삼각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감리교의 고장이다. 아펜젤러 목사를 이어 정동감리교회 한국인 최초 담임목사요 한국 최초 신학자였던 탁사 최병헌 목사(1858-1927)도 이곳 충북 제천 출신이었다.

지금도 인천과 더불어 필자의 고향 충주, 그리고 제천은 감리교세가 타 교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이다. 국민일보 후원회 회장을 하셨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로 은퇴하신 제 형님은 충주제일감리교회 학생회 회장을 하셨고, 필자는 제일감리교회 부설유치원을 다녔으며, 선생님들은 누님의 친구들이었다. 당시 담임은 호리호리하고 키가 크신 손피득 목사님이셨다. 그러니 훗날 이 교회 주요 장로들은 모두 형님의 친구들이었다.

신실한 감리교 집사님(훗날 권사님, 양채영 선생님 시 중 아마 ‘검사장님’ 댁, 오늘날 검사장과 다름)이 계셨다. 우리집 애경사에는 만사를 제껴두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분이었다. 그 큰아들을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 필자가 과외를 하였다. 친구의 아재인 오직 필자에게만 배우겠다고 생떼를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착하기 그지없던 아이를 군대의 폭력은 가만두지 않았다. 십자가 달리시던 예수님을 바라보던 마리아의 심정이었을까?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롬 8:11)”. 권사님은 아들 목숨의 보상금으로 감리교회를 개척하였다. 필자는 이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늘 아려온다.

평생 창조 세상의 꽃과 풀들과 나무와 숲을 노래한 필자의 스승이신 존경하는 고 양채영 선생님의 시를 읽다. “왜 문학을 하고 이 어려운 시들을 쓰려 하느냐”고 안쓰러운 눈으로 격려하시던, 감리교 집사님이던 사모님의 격려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조덕영 목사. ⓒ크투 DB

▲조덕영 목사. ⓒ크투 DB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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