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채워지지 못한 사랑, 결국 같은 남성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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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중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중 미국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생애를 담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평소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필자는 번스타인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해 영화를 보게 됐다. 젊은 시절 결혼 직전의 삶과, 아내와 함께한 결혼 생활까지를 주로 담고 있었다. 그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오가면서 갈등이 있는 결혼 생활을 했는데, 아내인 펠리시아는 남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우울과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면서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나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가치 있는 존재로 살고 싶은 욕구 등 기본 욕구가 있다. 영화에서 펠리시아는 “남편의 사랑이 충분치 않아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펠리시아는 남편이 동성애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했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배우자가 주는 안정된 사랑이 없어, 명예와 재산을 가지고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고 늘 외로움을 겪었던 것이다.

결혼에서 배우자는 첫 번째 애착 대상이다. 어렵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외로울 때 안전 기지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 데, 기쁠 때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배우자를 통해 정서적 필요가 채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는 번스타인이 성공적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을 때, 아내 펠리시아는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나 혼자 외롭게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채워지지 않은 펠리시아의 욕구와 고통을 보여준다.

아내에게만 사랑을 주지 않고 많은 남성들에게도 사랑을 준 번스타인은 정서적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음악가로 성공적 삶을 살았고 많은 남자들이 있었지만, 번스타인의 삶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영화 &lt;마에스트로 번스타인&gt;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에서 아내인 펠리시아를 만난 후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함으로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의 비밀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는 꿈을 꾸고, 꿈에서 깬 후에도 아버지를 죽이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부모로부터, 특히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번스타인은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욕구를 다른 남성들로 채울 수밖에 없었고 그 중독적 경험은 결혼 생활 이후에도 지속됐다. 억압에서 풀려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합리화시켰지만, 결혼생활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하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가치 있는 존재로 살고 싶은 욕구 등 세 가지 욕구는 자신이 태어난 가정에서 시작돼야 하는데, 번스타인에게 채워지지 않은 그 욕구는 결핍 욕구가 돼서 평생 자신을 목마르게 했고, 평생 젊은 남자들을 사랑하는 중독적 삶을 살게 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린 시절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채워져야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은 중독적인 것을 위로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욕구는 평생 따라다니면서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부모는 어린 시절 너무나 가난해서 좋은 장난감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자녀를 낳은 후 끊임없이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곤 했다. 그러자 어느 새 아이 방은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으로 가득 찬 쓰레기장 같이 됐다.

이 아버지의 채워지지 않은 물질적 결핍 욕구는 지나치게 물질적인 것을 아이에게 채워주려는 사랑으로 잘못 전달된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대화를 나누고 아이와 다른 부분에서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워야 건강해질 수 있다.

이렇게 채워지지 않은 결핍은 사람을 중독으로, 그리고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이끌 수 있음을 기억하고, 내 안에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타인과의 관계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인식할 수 있을 때 변화의 힘이 나올 수 있다.

▲영화 &lt;마에스트로 번스타인&gt;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서 언제나 아버지의 인정에 목말라 했는데, 그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욕구가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줬다. 직장에서 차별대우를 받거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더 빨리 승진하는 모습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패감을 크게 느끼고, 자신보다 적극적인 사람을 볼 때 분노하는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열등감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온 결핍 욕구임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바라보며 감사하기 시작했을 때, 직장생활을 훨씬 더 편안하게 하는 힘이 생겼다.

내 안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들은 생애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욕구들을 인식하고 건전한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도우며 나아가 성장 욕구로 발전시킬 때, 열등감은 사회에 기여하는 승화된 모습으로 발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미 내게 있는 긍정적이고 좋은 자원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으로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며 살아갈지 생각하자. 그럴 때 나의 삶은 채워지지 않은 깨어진 장독이 아닌, 손 닿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는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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