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12] 박두진 시인
청록파 박두진(朴斗鎭) 시인의 ‘갈보리의 노래 2’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詩>에서, 고정희 엮음, 基民社, 1985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 있었는가? 뜨물 같은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여내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 있었는가? 꽝꽝 쳐 못을 박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 맞추어 배반하고, 매어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강할 수가 있었는가? 파도 같이 밀려오는 승리에의 욕망을 어떻게 당신은 버릴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패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약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이길 수가 있었는가? 방울방울 땅에 젖는 스스로의 혈적(血滴)으로, 어떻게 만민들이 살아날 줄 알았는가? 어떻게 스스로가 신인 줄을 믿었는가? 커다랗게 달리어진 당신의 두 팔에 누구가 달려들어 안길 줄을 알았는가? 엘리--- 엘리--- 엘리--- 엘리---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매어달아,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는가? 神이여! 어떻게 당신은 인간일 수 있었는가? 인간이여! 어떻게 당신은 神일 수가 있었는가? 아!--- 방울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잦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마리아는 우는데, 마리아는 우는데, 人子여! 人子여! 마지막(마즈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빛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는가?
※괄호는 시 원문임.
박두진(朴斗鎭) 시인(1916-1998)은 경기 안성 출생. 정지용 시인 추천으로 1939년 <문장>지로 데뷔했다. 박목월, 조지훈 시인과 공저로 『청록집』을 내면서 이후 꾸준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었다. 자연과 기독교 신앙을 노래하며 우석대(현 고려대), 이화여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노년에는 충주댐이 건설되기 전 주말마다 산·돌·물의 고장 중원(충주)의 남한강 양변을 거닐며 수석을 탐색하며 자연과 신앙의 시편들을 쏟아냈다. 이때 늘 동행하던 문인은 단양 출신으로 충주에서 거주하던 중원의 참 선비, 소설가 강준희(姜晙熙, 1935-) 선생이었다.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