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마음과 생각
마음이 상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직장에서 왕따를 당해서 마음이 상한 사람, 남편의 통제로 답답해하는 아내, 부모님을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 어린 시절부터 늘 외로웠던 사람, 결혼을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 관계가 늘 버거운 사람, 불안감으로 늘 살아가는 사람들, 문제 자녀로 고민이 많은 부모, 화가 통제되지 않는 사람 등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수십년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에 관심이 많고 그 마음의 고통이 기쁨으로, 그 기쁨이 평안으로 바뀌는 것을 늘 그려보며 살아갑니다.
만인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876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모두 같은 뜻은 아닙니다. 마음과 관련된 성경구절을 읽고 그 의미를 찾다가, 몇 가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한국어로 똑같이 ‘마음’으로 번역된 단어는 영단어 Heart, Mind, Spirit 등의 번역입니다. 여기서 마음이란 생각, 영혼 등과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학문이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입니다. 영어로 psychology인데, 인간의 정신 즉 psyche를 연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은 정신과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음’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사물에 대해 감정, 의지, 생각 등을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상태’입니다. 마음이 지·정·의와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정의는 ‘감정·생각·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잡는 사람의 가슴속에 있다고 믿는 공간’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마음’의 정의를 다 합치면 생각, 감정, 의지, 영, 기억 등과 관련해 ‘우리를 반응하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은 왜 중요할까요? 쉬운 예로 아무리 조건이 좋고 잘 생기고 주위에서 사귈 것을 권해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들 말을 듣지 않습니다. 청년에게 조건이 좋은 치과의사를 소개했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마음이 동하는 것에 움직입니다.
수년 전 방송이지만, KBS에서 ‘마음’에 대해서 다큐 시리즈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마음이 ‘나를 지배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예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두통약이라고 말하면서 건넨 비타민이 실제로 두통 치료에 효과가 있었고, 심지어 새로 개발한 암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속여서 약을 먹였더니 암세포가 사라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믿으면 실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은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은 육체의 건강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마음을 돌보는 것을 등한시합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이 정신질환을 경험하는데, 대부분 마음의 병은 마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생각’의 왜곡으로 비롯됩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을 한없이 불쌍하게 보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에 소망이 없어 살 이유가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최악의 상황을 자꾸 생각하는 재앙적 사고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을 때, 이제 내게서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망상적 사고를 합니다. 예를 들어 성관계를 한 번도 안해본 10대 아이가 매독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노를 잘 내는 사람은 ‘~해야 해. 그렇지 않는 것은 견딜 수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박증이 있으면, 원하지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내 손이 자꾸 감염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려면 생각을 건강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평소 생각 훈련을 해야 합니다. 저는 마음의 생각을 지키는 훈련을 위해 감정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갑자기 힘들거나 낙담되거나 화가 나면, 그것을 신호등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느 날 상담을 마쳤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떤 감정을 지금 경험하고 있는지, 그 감정 뒤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파고드니 ‘실패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더 깊은 곳에는 ‘나는 충분하지 못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상담 결과는 전적으로 나에게만 달린 것이 아니며, 실패가 아닌 배움의 연속을 통한 성장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루자, 다시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여러분도 감정적 고통이라는 신호를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생각은 우리 감정과 행동에 직결되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마음을 생각 훈련을 통해 아름답게 지켜갑시다.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