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의사는 치료자(Healer)이지 살인자(Killer)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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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시 사조를 찬양하는 언론 보도 자제되어야”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언어유희, 또는 말장난이라는 말이 있다. 의미와 달리 실제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언어들을 빗댄 표현이다. 그리스어로 eu는 ‘좋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이라는 뜻을 위험한 행위에 끌어다 사용함으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말이 있다. 안락사(euthanasia)라는 말의 어원은 헬라어 eu(좋은)와 thanatos(죽음)의 합성어다. 어원적으로는 좋은 죽음으로 포장해 놓은 언어다. 하지만 모든 안락사는 인간의 생명을 끊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생학(eugenics) 역시 well(잘난, 좋은, 우월한)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의 eu와 born(태생)의 의미를 지닌 genos의 합성어다. 우생학의 폐해는 대표적으로 인종차별과 집단학살을 통한 인종청소 등으로 잔인하고 부끄러운 흑역사를 남겼다.

인류 역사상 잘못된 정치이념과 비과학적 사조에 매몰된 의사들이 의학을 왜곡해서 이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독일과 일본의 인체실험이고, 우생학과 강제 안락사인 인종 학살이다. 지금도 의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거부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의사들의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의사는 치료자(Healer)이지 살인자(Killer)가 아니다.”로 표현할 수 있다. 현재 15개국에서 의사조력자살(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된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의사협회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윤리적 기준과 입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조력자살(PAS)을 형법에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으로 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
①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야당 모 의원이 21대 국회 회기 중 일명 ‘조력존엄사’라는 법으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의사단체와 종교계, 생명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입법되지 않았다. 같은 의원이 22대 국회가 시작하자 같은 법안을 발의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살인면허를 의사에게 주겠다고 한다.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에 대해 대한민국 의사들의 공식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2017년 개정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에 의하면 안락사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36조(안락사 등 금지)
① 의사는 감내할 수 없고 치료와 조절이 불가능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사망을 목적으로 물질을 투여하는 등 인위적,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연적인 경과보다 앞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②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 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대한의사협회가 표명하는 공식입장인 KMA POLICY에서도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의사의 전문직 윤리와 직업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의사 조력 자살 (PAS, physician-Assisted Suicide)에 반대한다.
1. 의사 조력 자살은 의사가 환자의 자살에 관여하는 행위로 생명을 살리는 치료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의 전문직 윤리와 직업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
2. 의사는 의사조력자살을 시행하거나 자살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
1)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2) 의사조력자살은 자살을 돕는 범법 행위다.
3. 환자가 의사조력자살을 요청하는 것은 환자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경우 의사는 환자의 고통에 관련된 요인을 찾아내어 의사조력자살이 아닌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4.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나 의사조력자살은 생명을 중단하는 행위로 자기결정권의 경계를 벗어난다.
5. 임종기에 있는 환자의 고통과 수반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최선의 치료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 제안과 함께 임종기 돌봄 환경조성에 지속적인 노력과 개입이 중요하다.
1) 임종기 환자 돌봄에 필요한 조직을 구성하여 다학적이고 종합적인 임종기 환자와 가족에 대한 돌봄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연구하고 발전시킨다.
2) 의사는 임종기 돌봄이 필요한 대상 환자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의료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한다.
6. 의사조력자살을 요청하는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완화의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정신의학적 도움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도록 한다.
7. 대한의사협회는 치료자로서의 의사의 역할에 근본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 할 수 있는 모든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생명경시 사조를 찬양하는 언론 보도 자제되어야

최근 모 일간지에 의사조력자살을 부추키는 뉘앙스의 기사(“죽음의 고통 줄이고 싶다”… 국민 82% ‘조력 존엄사’ 합법화 찬성, 중앙일보 2월 23일자 보도, 편집자 주)가 나왔다. 해당 기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연구보고서 중 일부를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기사화했다. 내용을 보면 해당 기자는 연명의료결정과 의사조력자살의 개념을 잘 세우지 못한 상태로 파악된다. 게다가 보고서를 통해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웰다잉을 위해 호스피스 제도의 확충과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육체적 통증이나, 경제적 고통 때문에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조력자살을 택하거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작정 연명치료에 집착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자는 밑도 끝도 없이 보고서 내용을 일부 통계만 빼내어 자극적인 제목 달아 낚시성 기사를 작성했다. 보고서가 의사조력자살을 찬성하는 듯한 오해를 하도록 작성되어 있다. 인간의 생명을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기능적으로 차이가 날 뿐이지 어디 한순간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생명경시 사조를 찬양하는 하는 듯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연구자의 힘든 연구를 일부만 발췌하여 왜곡하고 가치 절하시키는 이런 형태의 언론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올바른 언론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늙고 병든 이웃들을 돌보아 주는 따뜻한 사회를 지향하도록 문제를 제시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언론인의 직업소명 의식이 높아지길 바란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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