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신정도 설날도 아닌, 새싹 돋고 작은 꽃들 보여야 실감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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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춘유감(新春有感)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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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1월 1일)도 해가 바뀐 신년(新年)을 축하했고, 설날(1월 29일)에도 한 번 더 새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입춘(2월 3일)에도 다시 한 번 새해 새 복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명실공히 새해가 되었음을 느끼는 것은 3월이 되어 나무에 새싹이 돋고 길가에 작은 꽃들이 보이며 학생들이 새 학교에 입학하고 강의와 수업이 시작되는 때에야 실감이 난다. 그래서 사실상 새해의 출발은 3월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새해, 새 사람, 새 기분, 새 마음으로 새 사회를 만들어 가자. 먼저 새 계명을 받아 우리 정서를 정돈하기 위해 새로운 노래, 새로운 시를 찾아보기로 한다. 2004년 계간 <시인세계>가 100명의 시인들에게 가장 감동적인 시나 노래를 설문조사했는데 1953년에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가 뽑혔다. 그 노랫말은 시로 보아도 가히 명품이다.

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어두운 이 밤이 지나가면 푸르른 새벽/ 오늘도 그 모습 그리면서 이별에 겨워 우는 주마등 길에/ 별이 뜨듯 다시 만나 꽃이 피듯 함께 하자/ 살뜰한 그 다짐에 봄날은 간다”(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② “삼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아, 걸어오셨나 보군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을 잘 두고 오셨나요?/ 아, 3월, 바로 저랑 2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3월/에밀리 디킨슨)

③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경칩/박성우)

④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3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3월/ 임영조)

⑤ “중, 중, 때때중/ 우리 애기 까까머리/ 삼월 삼짇날/ 질나라비 훨훨/ 제비 새끼 훨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호 잠들여 놓고/ 냠냠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3월 삼짇날/ 정지용)

만물이 약동하고 모든 초목들이 새싹과 음을 트기 시작하는 계절이기에, 우리 사람들도 새로운 마음 새로운 결심,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절기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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