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14] 요절한 국민 시인
조덕영 박사님의 연재 ‘신앙시, 기독 시인’ 이번 연재는 지난 2월 16일 순국 80주기를 맞은 ‘국민 시인’ 윤동주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十字架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敎會堂 꼭대기
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걸리었읍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을까요(있을가요).
鍾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휫)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괴로왓든) 사나이
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十字架가 許諾된다면
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조용이) 흘리겠습니다(흘리겠읍니다)。
※괄호는 원문.
윤동주 시인(1917-1945)은 북간도 용정(龍井) 출생. 연희전문학교 문과 졸. 도시샤대 재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1943년 고종사촌형으로 교토 제국대 재학 중이던 수필가 송몽규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일제시대 광복을 앞둔 1945년 초 일본 규슈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안타깝게도 함께 옥사했다. 짧은 생을 마쳤으나 대중들 사랑받는 국민 시인인 윤동주 시인은 유고 시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를 남겼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는 점에서, 4살 많았던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1913-1975)과 닮았다. 하지만 茶兄과 달리 요절해 시재(詩才)가 멈춘 것은 온 국민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윤 시인은 포크 가수이자 작곡가요 작사가인 윤형주 장로의 6촌 형이다.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