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담임목사로 산다는 것은”.
오랜만에 제주도를 갈 계획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고, 집회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1박 2일 동안 세 번의 집회를 인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회를 앞두고 다리 운동을 좀 무리하게 했었나 봅니다. 지하 3층에서부터 지상 9층까지 여러 번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나서 다음 날 봤더니, 피부 이식을 한 발뒤꿈치 부분이 빨갛게 성이 나 있더라고요. 수술한 병원에 가보니까 무리하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앞으로 무리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총회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주 일정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김찬호 장로님 빙모이시자 최성복 권사님의 어머니 김혜 권사님이 소천을 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조문소가 경남 밀양이었습니다.
밀양이라는 곳은 저와 참 관계가 깊은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밀양이라는 영화가 나왔지 않습니까? 저는 그 영화를 보고 굉장히 분노를 가졌습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사죄의 은총을 마치 비아냥거리기라도 하듯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밀양시 기독교연합회에서 집회 초청을 한 것입니다. 저는 모든 일정을 다 제치고 밀양으로 갔습니다. 시립체육관에서 집회를 하는데, 첫날 너무나 빈 자리가 많았습니다. 보통은 그렇거든요. 첫날은 주최측 동원으로 모이게 되지만 둘째 날부터는 강사의 실력으로 동원이 됩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집회 두 번째 날은 자리가 거의 가득 찼습니다. 마지막 날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최성복 권사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 집회에 참석하여 은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별히 주변 교인분들이 은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김찬호 장로님의 빙부이시자 최성복 권사님의 친부이신 최기주 장로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조문을 하러 직접 내려갔습니다. 제 생애 두 번째로 밀양에 간 것입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6년 후, 김찬호 장로님의 빙모이시자 최성복 권사님의 어머니이신 김혜 권사님이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정말 조문을 앞두고 많은 씨름을 했습니다. 네비로 찍어봐도 정확히 4시간이 나오는 것입니다. 왕복이면 8시간이고 예배드리고 앉아 위로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 포함하면 9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김찬호 장로님께서는 극구 내려오시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하셨지만, 제가 안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내려가면서 어차피 저는 차 안에서 일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전날 저녁에 설교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미리 써머리를 했습니다. 가는 길에 주일 낮 설교를, 오는 길에 주일 밤 설교를 불러주기 위해서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발뒤꿈치 상처 부위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는다든지, 속도를 낸 상태에서 회전을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요. 실제로 그런 순간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락 한 단락 설교문을 이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김찬호 장로님이 아니라면 간접 조문을 할 수 있죠. 우리 김찬호 장로님은 우리 교회 재정부장을 10여 년 넘게 섬기고 계시고, 십일조도 최상위 그룹으로 하며 클라팜파 회장을 맡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김찬호 장로님 때문에 또 한 번 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가면서 설교 준비를 거의 다 했습니다. 설교 준비를 마칠 때쯤 차에서 좀 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수요예배가 시작될 무렵이어서, 유튜브를 켜놓고 수요예배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날 김선명 목사님이 설교를 하였는데 통상 담임목사가 없으면 부목사가 설교를 하고 기도하고 축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런데 비서실에서 담임목사가 오고 있다고 김선명 목사에게 시그널을 보냈나 봐요. 설교를 마치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또 기도하고 찬양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목사님이 축도를 하고 끝내시라”고 문자를 보내놨지만, 김 목사는 그 문자를 보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거의 10분 가까이 광고하고 찬양하고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부리나케 교회에 도착해서 강단으로 올라가서 기도하고 예배를 마무리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생각해 봤습니다. 담임목사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담임목사가 아니라면 밀양에 갈 필요도 없으며, 담임목사가 아니라면 오가는 길에서 그토록 애를 써서 설교 준비를 할 필요도 없으며, 담임목사가 아니라면 수요예배가 끝나기 전 부리나케 도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얼른 보기에는 담임목사에게 많은 힘과 권한과 명예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담임목사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권한과 힘과 명예를 가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