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노래하는 버드나무와 고로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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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나무들과 시와 노래

▲폴란드의 버드나무. ⓒ픽사베이

▲폴란드의 버드나무. ⓒ픽사베이

봄이 되면 산천은 녹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3월이 되면 새싹이 나고 꽃들이 피기 시작하여 4월과 5월이 되면 감나무와 대추나무까지 모든 싹이 나며, 산등성이는 짙푸른 상록수와 새로 나온 연록색이 어울려져 수 놓은 작품을 하나 보는 것 같다.

그 많은 나무들을 전체로 보지 말고 밀착해서 한 나무씩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중 몇 나무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①버드나무: 개울가의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멀리 있는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나무가 바로 버드나무다. 그래서 예전부터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부지런한 봄의 전령은 곧 버드나무다.

가지 끝마다 송골송골 맺힌 껍질을 뚫고 버들강아지들이 고개를 내민다. 보드라운 버드나무 꽃의 싹이 피기 시작한다. 버드나무는 주변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옛날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주었다. 산들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쉬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 마음 나도 몰라’ 하면서 투정을 하기도 한다.

버드나무 잎에서는 대표적 진통 해열제인 아스피린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을 추출한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의 질병을 낫게 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고맙고 유용한 나무였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종류로는 버드나무, 능수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용버들, 갯버들 등이 있다. 무려 30여 종이 넘는다. 물이 한껏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어 함께 불어보는 놀이도 있다.

“임 두고 마주 앉은 술청 앞의 버드나무/ 흙탕물 흘러넘친 움막 앞의 버드나무/ 임 없이도 눈물 없이도 새로 잎 푸르러지누나/ 봄마다 임이 있어 새잎 나는 줄 알았더니”(버드나무/ 나태주).

“오동나무는 천 년이 되어도 항상 노래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그대로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가 솟아난다”(桐千年老恒臧曲/ 梅一生寒不賣香/ 月到千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신흠(1566-1628).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자시는 창(窓)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홍랑)- 산에 있는 버들가지 중 아름다운 것을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문가에 심어두고 살펴주십시오. 행여 밤비에 새잎이라도 나거들랑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조선 선조 6년에 홍랑이 친하게 연분을 나눈 고죽(孤竹) 최경창이 북해 평사(評事)로 경성에 상경하게 되자, 그를 영흥까지 배웅하고 함관령에 이르러 해 저문 날 비를 맞으며 버들가지와 이 시조를 지어 건네주었다고 한다).

②고로쇠나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 나무에서 채취한 물이 뼈에 이롭다는 뜻이다.

고려 왕조를 건국한 왕건(王建)에게 큰 도움을 준 도선국사에 얽힌 이야기이다.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한 후 마침내 도를 깨우쳐 일어나려 할 때,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붙들고 일어나려 하자, 나뭇가지가 부러져버렸다. 그때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먹고 거뜬히 일어나게 됐다. 이에 도선국사는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며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렀다. 이후 이 나무를 고로쇠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신라와 백제의 전투에서 한 병사가 나무에 박힌 화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러나 수액 채취를 함부로 해선 안 된다.

“백운산에서 만난 고목 한 그루/ 밑둥에 큼직한 물통 하나 차고 있었다/ 물통을 반쯤 채우다 말고/ 물관 깊숙이 박힌 플라스틱 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둥치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받던 자리/ 시름시름 잎이 지고 발치의 어린 순들/ 마른 잎을 끌어다 푸른 발등을 덮고 있었다”(고로쇠나무/ 마경덕).

초봄에는 이밖에도 느릅나무, 다래나무, 두릅나무 등도 우리 눈길을 끈다. “제갈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재잘된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 李시인은 마흔 살이 되자/ 나의 입은 문득 사라졌다/ 어쩌면 좋담 이라 쓰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좋담/쉰 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 문득 사라지지 않고/ 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좋담?// 다릅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다른 소리를 낸다/ 잎들이 다르고 입들이 너무 다르다”(너무 많은 입/천양희).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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