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장미꽃 피는 5월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록으로 넘실대는 이 달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푸른 청춘으로 만듭니다. 사랑을 나누기에 적합한 달이라 그런지 기념일이 많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이 있습니다.
5월 8일은 본디 ‘어머니 날’ 이었습니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이날을 ‘어머니 날’로 지정했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 날’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머니 마음>이라는 음악이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와 예쁜 부로우치, 마음을 담은 카드도 그 시절의 상징물처럼 여겨집니다. 가족이 모두 함께 사는 집이 많던 때였습니다.
요즘은 부모와 함께 살길 꺼리는 자녀가 많고,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해 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함께 해 줄 수 없는 형편들 때문에 쓸쓸하게 시간을 때우는 노인들도 무수합니다. 가족과의 관계를 누가 갈라놓은 걸까요. 사회일까요, 아님 우리들 자신일까요.
2015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74만 명의 노인들이 혼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경로당이나 복지관, 종교시설 등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63%, 정기적으로 다니는 곳이 없는 분들은 37%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전체의 16%는 가족과 만나지 않거나 연간 1~2회 정도만 만나고 있어 일부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외로운 일본 노인들, 사람 대신 말하는 인형과 산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혼자 살다보니 말하는 시간이나 대화 상대가 없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5살 꼬마를 모델로 만들어진 이 인형은 음성인식기능이 있어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말하는 인형이나 로봇이 나타날 때가 멀지 않았습니다. 노년사회의 고독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어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러한 외로운 노인들에게, 5월은 과연 아름다운 계절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들에게 5월은 오히려 더 상처가 아닐는지요. 사람들은 부모님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사는 게 너무 바빠, 혹은 삶이 궁핍해 제대로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꼬리를 늘립니다.
비지팅엔젤스코리아 전북지사 조석철 지사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몸이 힘드신 것보다, 마음의 외로움을 더 힘들어 하신다. 혼자 계시게 되면 갑작스레 중풍이나 심근경색 등이 왔을 때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매우 위험하다.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요양보호사분들에게 각별한 신경을 더 써드릴 것을 부탁드리고 있으며 재가센타 입장에서도 더 자주 연락을 드리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이해인 시인은 자신의 시 <5월의 시>에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라고 노래합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힘겹고 고단한 삶의 짐이 잠시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길고 긴 여행이라도 반드시 끝날 때가옵니다. 우리네 인생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두 번은 없는 것이지요. 이번 ‘어버이 날’엔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을 여윈 분들은 이웃의 외로운 노인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5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미꽃이 아무리 향기롭고 아름다워도 사랑만큼 아름답고 향기로울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