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시니어 라이프 48] 아름다운 동거 ‘룸셰어링’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한 낮의 더위가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립니다. 나무들은 제각각의 초록을 뽐내고 있습니다. 풍성한 잎으로 한껏 치장한 나무를 보니,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납니다. 사과나무 한 그루와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나무와 소년은 서로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소년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무는 혼자일 때가 많아집니다. 어느 날 찾아와 돈이 필요하다는 소년에게 나무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사과와 줄기, 기둥들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등이 굽은 늙은 소년이 다시 나무를 찾아옵니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노인이 된 소년은 나무에게 “편안히 앉아서 쉴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피곤해 하며 말합니다. 나무는 이제는 모두 잘리고 남은 늙은 나무 밑동에서 소년을 쉬게 합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라면서 작품은 끝이 납니다.

‘그래서’라는 말이 코끝을 찐하게 건드립니다. 이 말에서 소년에 대한 나무의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한 개인은 자신과 타인이 속한 사회에서 나고 자랍니다. 그 사회를 배경으로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한자어가 ‘人間’이듯이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요즘 ‘룸셰어링(roomsharing)’ 사업이 인기라고 합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여유 주거공간을 대학생에게 주변 시세보다 50% 싸게 제공하고, 노인은 임대료와 생활서비스를 받는 ‘주거공유사업’입니다. 앞으로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은 노인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젊음과의 동거는 서로를 구원하는 공동체의 탄생을 예견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불안하고 외로움을 느낍니다. 말할 상대가 있다는 것, 어떤 새로운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전자기기 작동 요령 등),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 등은 노인에게 ‘삶의 생기’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한편 젊은이는 노인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전수 받을 수 있습니다. 지혜는 모래알 같은 인생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모래알을 반죽해 삶을 지켜낸 그들의 커리큘럼은 젊은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린 너를 통해 나를 알 수가 있습니다. 인간의 삶 속의 감정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곧, 먼저 산 사람이나 늦게 태어난 사람이 겪어야 할 각자의 특별한 삶들은 있지만, 그 속의 감정들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고뇌하면 우리도 고뇌하는 것입니다. 그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한 것입니다. 비록 그 시간이 다를지라도 말입니다.

▲비지팅엔젤스 부산수영지점 허명란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부산수영지점 허명란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부산 수영지점 허명란 지점장은 “룸셰어링은 청년 세대들의 주거문제와 시니어세대의 고독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창업아이템이자 새로운 가정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시니어 세대의 삶의 지혜와 청년 세대의 뜨거움이 시너지 효과와 우리사회에 팽배한 세대간의 갈등이 완화가 되는 계기가 될것으로 예상 된다. 누구보다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가까이서 느끼고 있는 만큼 룸셰어링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 하겠다.” 라고 밝혔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는 사랑을 느낄 수 없습니다.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있을 때만 삶의 고마움과 사랑의 감정도 생깁니다. 인간은 어떤 모양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존재로 인해 우리의 삶은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룸셰어링’이 모쪼록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배려하고 소통하는 ‘아름다운 동거’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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